새해를 맞이하야 특별한 계획도, 다짐도 없지만 여유가 나는 대로 다독을 하리라 마음먹고 있다.
그러나 글에도 다분히 편식성을 자랑하는 나는 그 넓은 교보문고에서도 제대로 한권 찾아오려면 한시간 정도가 걸린다.
스티브 잡스에 관한 책을 한권 샀다.(이제와서;) 그리고 그 책은 내게 다시금 맥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2007년도 샌프란시스코의 맥월드에서 스티브잡스가 보여준 프레젠테이션을 다시 정독했다.
이제와서 매킨토시의 빠순이가 된것도 아닌데,(이 표현 정말 싫군;) 나는 내 생활의 필요에 의해, 아니면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를
바꿔보고자 받아들였던 맥에 대해서 이제서야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중학교시절 첫 피시를 가지게 되었는데, 실제적으로 많이 사용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워드 프로세서로 글을 쓰는 것 자체에 부러움을 가졌을 뿐이기에, 기껏해야 쓰는 프로그램은 워드 프로세서, 고등학생이 되고서는
포토샵, 가끔 게임. 그리고 피시 통신 정도로 만족하는 윈도우 97 운영체제. 가끔 뻗어서 퍼런 화면이 둥둥 떠다녀도 원래 그러려니 하는, 인터넷 연결하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바이러스는 언제 먹었는지도 모르겠고, 명령어 하나도 제대로 모르지만 뭐 하나 깔고 진행하려면 준전문가 수준으로 알지 못하면 셋업 제대로 하는것도 힘들고; 그러다가 대학교 시절부터 DAW기반의 작업들을 시작하려 스타인버그류의 프로그램들을 돌리기 위한 최적의 시스템 구축해보려 이것저것 해보기도 하고. 결국 충돌나서 윈도우 다시 깔고. 컴퓨터로 뭔가 깊숙히 생활 전반에 들이기란 여간 쉬운일이 아니였다. 내가 그렇게 끈질긴 타입도 아니고.
맥 라이프의 작은 시작은 아이팟을 손에 넣고나서부터다.
작은 MP3는 아이리버에서부터 시작. 언제까지 커다란 시디 플레이어를 들고 뛸 수 없으니까. 엠피삼이라는 아주 유용한 포멧이 나오고나서부터 음악의 홍수에 사람들은 빠지고 누구나 쉽게, 편하게, 그리고 많이 가지고 다닐 수 있었지만. 이건 나에게 맹점이 있었으니, 바로 음질. 압축률에 의해 뭉게진 음질은 다시 시디를 찾아듣게 만들어버렸다. (지금도 좋아하는 뮤지션은 꾸준히 시디를 사서 듣는데, 그게 한달에 두세장 꼴이다. 물론 실패할 때도 있지만 나는 시디 구매를 멈추진 않는다)
그래서 결국 웨이브파일로 넣다보니 꼴랑 16기가의 작은 아이리버는 너무나 빡빡하다.
아이팟은 60G의 용량을 제공해주고, 유사시에는 외장 하드로의 사용도 가능했다. 쌈짓돈을 모으고 아버지께 가불을 하는둥 대학생 주제에 고가의 아이팟을 지르고 난 후 집에서 200장 가까이 되는 즐겨듣는 시디들을 모조리 집어넣었다.
격하게 뛰어다녀도 튈 걱정이 있나, 용량도 넉넉하고, 음질도 향상되고. 무엇보다 혁신적이었던건 눈에 보이는 잡다한 버튼이 없다는 점이다. 그게 이전의 플레이어들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이었다. 모든 기능을 끄집어내고 표현하는 것이 아닌, 오직 필요한 기능만, 숨겨서 넣어놓았다는 것. 단순하고 아무것도 아닌것 처럼 보이지만 가장 혁신적인 부분이고 어려운 포인트다.
그렇게 2003년부터 지금까지 맥의 선택은 당연하다는 듯이 이어져 온다.
Think different 의 시작을 경험하면서부터 대한민국에서 운영체제를 바꿔보겠다는 시도를 하게 되고 이후 고심하다가 가격과 인텔기반이라는 두가지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기회가 생기자 냅다 질러버린 나의 맥북 흰둥이.
맥북사용후 5년이 되어가도 한번도 OS를 갈아엎거나 한적이 없다. 한 2년간은 맥OS만 조용히 쓰다 윈도우XP를 깔고 어쩌다 가끔 음향프로세서 컨트롤 용으로 사용한다. 윈도우 쓰면서 그 많은 일들에 비하면 정말 트러블이 없는 셈이다. 알아서 해주는 업데이트와 wifi설정, 적제적소에 나타나는 심플한 설명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한눈에 보이는 파인더.
짧은 적응기간 이후부터는 내 형식에 맞게 만들어가는 재미가 쏠쏠해졌다.
그 이후 애플은 힛트작을 참 많이도 쏟아내었고, 나는 특별히 철새처럼 쓰다 바꿀 이유가 없이 조용히 애플의 진화를 지켜보고 있다.
이런 기억을 더듬어 기록을 남겨놓게 된 계기는 바로 뜬금없이 갑자기 생각난 2007년도 맥월드의 스티브잡스 기조연설이다.
자신이 창립한 회사에서 쫒겨난 CEO의 화려한 재기라고 해야할까. 주변에 아이폰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다시금 내가 처음 아이팟을 쓰던 그 센세이셔널한 기억을 되새기게 했던 것이다.
프리젠테이션의 귀재라는 스티브 잡스. 그의 기조연설은 애플의 제품 그 자체고, 그의 기업이념과 신조가 고스란히 표현되고 있으니, 그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얼마나 깔끔떠는 사람일지는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 그 자체가 맥이니까.
http://www.apple.com/quicktime/qtv/mwsf07/
참고로 이 기조연설은 스티브 잡스처럼 말하고 싶다면 필청이다. 그는 쉽고 간단하게 말하지만 오래 기억에 남기는 스킬을 가지고 있다. 영어공부에도 최적이다.
현재 나는 맥북으로 연극공연을 하고 있다.
Qlap이라는 퍼포먼스 뮤직 프로그램으로 공연의 큐를 진행하고 있으며, 녹음과 편집은 애플의 로직과 디지디자인의 프로툴로,
보고서는 아이라이프의 페이퍼라는 워드프로그램으로, 그리고 일정과 연락처의 정리는 모두 아이 캘린더와 주소록을 아이팟 터치와 연동해서 사용하고 있다. 작년 팔월까지만 해도 모바일미 네트워크와 연동해 웹하드와 스케쥴 업데이트를 모두 제공받았으나 지금은 돈을 안내서 계정이 쉬고 있다; 자택에서는 아이맥 24인치로 레코딩과 에디팅에 관련된 작업과 개인적인 사진 관리, 동영상 편집, dvd관람 등 생활 전반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나의 인생에서 그의 말처럼 stay hungry, stay Curious하게 적극적으로 깨어있는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또 늘 거기에 동반되는 도구로써 맥과 함께 할 것이다.